이재명 정부의 증권세제 개편안에 대한 심층 분석 리포트
개요
2025년 7월 31일, 이재명 정부는 재정 건전성 강화와 조세 형평성 제고를 목표로 첫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윤석열 정부 시절 도입된 감세 정책을 일부 되돌리고, 약화된 세입 기반을 확충하는 데 있다. 주요 내용으로는 법인세 전 구간 1%p 인상,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환원, 증권거래세율 인상, 그리고 고배당 기업에 대한 배당소득 분리과세 신설 등이 포함된다.
정부는 이번 개편을 통해 향후 5년간 약 8조 1,672억 원의 세수가 추가로 확보될 것으로 전망하며, 이를 통해 확장적 재정 정책의 재원을 마련하고 민생 안정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강화 등을 둘러싸고 1,400만 개인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으며, 이는 '코스피 5000' 달성이라는 정부의 국정 목표와 상충된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시장에서는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코스피 지수가 급락하는 등 충격이 나타났으며, 결국 여당은 해당 사안에 대한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재정 건전성 확보라는 긍정적 측면과 시장 위축 및 정책 일관성 부재라는 비판적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상세 보고서
배경: 재정 건전성 회복과 조세 정상화
이재명 정부의 첫 세제개편안은 이전 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인해 악화된 재정 상황을 정상화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한다. 윤석열 정부 시기 추진된 감세 정책과 경기 둔화가 맞물리면서 2023년과 2024년,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펑크'가 발생했다. 특히 법인세수는 2022년 103조 5,700억 원에서 2024년 62조 5,000억 원으로 3년 만에 약 40% 가까이 급감하며 재정 여력을 크게 위축시켰다.
이러한 상황에서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아동수당 확대,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 등 주요 국정 과제 이행에 연평균 40조 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약화된 세입 기반을 복원하고 확장적 재정 정책을 뒷받침할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을 통해 "세제 기틀을 근본적으로 점검하고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세입 기반을 다지는 데 역점을 뒀다"고 밝혔다.
주요 개편 내용
이번 세제개편안은 법인세, 주식 양도소득세, 증권거래세 등 자본시장 관련 세제를 전반적으로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인세: 전 구간 1%p 인상
정부는 기업의 소득에 부과하는 법인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각 1%p씩 인상하기로 했다. 이는 2022년 윤석열 정부가 단행했던 1%p 일괄 인하 조치를 3년 만에 원상 복구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과세표준 구간별 세율은 다음과 같이 변경된다.
과세표준 구간 | 2025년 현행 세율 | 2026년 개편안 세율 |
2억 원 이하 | 9% | 10% |
2억 원 초과 ~ 200억 원 이하 | 19% | 20% |
200억 원 초과 ~ 3,000억 원 이하 | 21% | 22% |
3,000억 원 초과 | 24% | 25% |
지방소득세를 포함한 최고세율은 26.4%에서 27.5%로 오르게 된다. 정부는 이 조치로 향후 5년간 대기업에서 4조 1,676억 원, 중소기업에서 1조 5,936억 원의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10억 원으로 환원
주식 매각 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납부하는 '대주주'의 기준이 현행 '종목당 보유액 50억 원 이상'에서 '10억 원 이상'으로 다시 강화된다. 이 또한 2023년 말 윤석열 정부가 대주주 기준을 10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완화했던 조치를 되돌리는 것이다. 정부는 당시 기준 완화가 연말 대주주 회피성 매물 출회 현상을 줄이는 데 효과가 미미했고 조세 형평성만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이 개편안이 통과되면 10억 원 이상 보유자는 단 1주를 팔아도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
증권거래세: 0.20%로 인상 상장주식을 팔 때 내는 증권거래세율도 인상된다. 코스닥 시장의 증권거래세는 현행 0.15%에서 0.20%로 상향 조정된다. 코스피의 경우 사실상 0%였던 세율이 0.05%로 오르게 된다(농어촌특별세 0.15% 별도). 이는 당초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단계적으로 인하됐던 세율을 금투세가 최종 폐지됨에 따라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조치다.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신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낮은 배당 성향을 개선하기 위해 '배당소득 분리과세' 제도가 신설된다. 현재 배당소득은 연 2,000만 원을 초과하면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과세(최고세율 49.5%)되지만, 앞으로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고배당 기업'의 배당소득에 한해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 적용 대상: 배당성향 40% 이상 또는 배당성향 25% 이상이면서 직전 3년 평균 대비 5% 이상 배당이 증가한 상장법인.
* 적용 세율:
* 2,000만 원 이하: 14%
* 2,000만 원 초과 ~ 3억 원 이하: 20%
* 3억 원 초과: 35%
지방소득세를 포함한 최고세율이 38.5%로, 기존 종합소득세 최고세율 49.5%보다 11%p 낮아져 고액 배당소득자의 세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시장 및 전문가 반응
투자자 반발과 증시 충격 세제개편안 발표 직후 국내 증시는 큰 충격을 받았다. 특히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10억 원으로 되돌리는 방안에 대해 1,400만 개인 투자자들이 '정부의 코스피 5,000 달성 기조에 역행하는 정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투자자들은 연말 양도세 회피를 위한 대규모 매물 출현으로 인한 주가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개편안 발표 후 코스피 지수는 지난 4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하는 등 급락세를 보였다. 외국계 투자은행(IB) 씨티(Citi)는 "이번 조치들이 증시 부양을 위한 '코리아 업' 프로그램의 취지와 180도 배치된다"며 추가 하락 가능성을 경고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사안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대통령실도 "숙고해보겠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엇갈린 전문가 평가 전문가들의 평가는 크게 엇갈린다.
* 긍정적 평가: 진보 성향 시민단체와 일부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를 정상화하고 훼손된 세입 기반을 복원하는 첫걸음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들은 근로소득에는 철저히 과세하면서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를 완화하는 것은 조세 정의에 어긋나며, 법인세 인상은 최소한의 조치라고 주장한다.
* 부정적 평가: 반면, 야당과 다수의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안이 '반시장, 반기업적 세금 폭탄'이라고 비판한다. 이들은 경기 둔화와 관세 협상 등으로 기업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법인세를 인상하는 것은 투자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양도세 대주주 기준 강화와 증권거래세 인상은 증시 침체를 야기하고 자금이 부동산으로 쏠리는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책적 함의와 비판
'자산 과세 후퇴' 논란 이번 세제개편안은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 원칙에서 후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이 무산되면서, 소액주주의 주식 양도차익은 과세하지 않고 특정 시점에 특정 금액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에게만 과세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보편적으로 과세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또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과세가 2027년까지 또다시 유예되고, 변동성이 큰 부동산 보유세 관련 개편이 이번 안에서 제외된 점도 자산 과세의 원칙과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정책 일관성 문제 정부 정책 간의 상충 문제도 제기된다. 한편으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코스피 5000'을 국정 목표로 내세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증시에 부담을 주는 양도세 기준 강화와 거래세 인상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비판이다. 특히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고액 자산가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부자 감세'가 될 수 있어, '부자 감세 정상화'라는 개편안의 전반적인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호림 강남대 교수는 "증시 부양을 해도 시원찮을 판국에 (양도세 회피) 물량이 쏟아지게 하는 세법 개정안을 낼 필요가 있느냐"며 정책 방향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결론
이재명 정부의 첫 세제개편안은 이전 정부의 감세 기조를 뒤집고, 재정 건전성 확보라는 명확한 목표를 제시한 중대한 정책 전환이다. 법인세 인상 등을 통해 세수 기반을 확충하려는 시도는 장기적인 국가 재정 운용 측면에서 필요성이 인정된다.
그러나 자본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증권 관련 세제 개편은 시장의 거센 반발과 정책적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강화는 '코스피 5000'이라는 정부의 비전과 충돌하며 정책 신뢰도를 훼손했고, 결국 재검토 수순을 밟게 되었다. 또한,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실패로 인해 남겨진 자산 과세의 공백을 임시방편적인 조정으로 메우려 한다는 비판은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 대원칙이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이번 세제개편안은 재정 확보라는 현실적 필요와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 그리고 조세 형평성이라는 원칙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지 못하고 혼란을 야기했다.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우려를 해소하고, 보다 일관되고 예측 가능한 장기적 조세 로드맵을 제시하는 방향으로의 수정 및 보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